스위스가 암호화폐 관련 거래 정보를 74개국과 자동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유럽연합(EU) 전 국가와 영국은 물론, 주요 20개국(G20) 대부분이 대상에 포함되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중국은 예외로 분류됐다.
스위스 연방정부(Federal Council)는 지난 6일(현지시간) 암호화폐 보유 및 거래와 관련된 정보를 해외 파트너국에 자동으로 제공하는 ‘정보자동교환협정(AEOI)’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공식 발표했다. 본 협정은 기존 금융 계좌에 한정됐던 세무 협력 범위를 디지털 자산 전반으로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스위스는 암호자산 보유자 정보, 거래 기록 등 세무 당국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를 포함한 74개국과 자동으로 교환하게 된다. 연방정부 측은 “암호화폐가 전통 금융 못지않은 탈세·불법 자금 세탁 루트로 악용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와의 밀접한 정보 협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협정에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중국은 제외됐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공식 SNS를 통해 해당 3개국과는 아직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제조세투명성 기준을 주도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국제 공조 체계를 강화하려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스위스는 이미 글로벌 금융정보 교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상태지만, 본 법안 통과로 ‘디지털 자산 정보 교류 허브’로서의 위상을 한층 더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