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밀린 게임 스타트업…벤처 자금 유입, 최근 10년 최저 수준 전망

2025년 미국과 글로벌 벤처 시장 전반에 걸쳐 AI 스타트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는 가운데, 게임 스타트업의 투자 실적은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 게임 관련 스타트업에 유입된 벤처 자금은 아직 $627 million(약 902억 원)에 불과하다. 이 추세라면, 게임 분야는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낮은 연간 유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까지의 흐름도 낙관적이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게임 스타트업의 투자 건수와 규모는 전년 대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전체 기술 스타트업 중에서도 가장 부진한 수준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투자 침체가 게임 산업 자체의 성장성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1억 9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비디오 게임을 즐겼고, 콘텐츠·하드웨어·액세서리에 대한 총지출은 $57 billion(약 8조 2,000억 원)을 웃돌았다. 주요 게임 대기업들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로블록스(RBLX), 닌텐도, 테이크투인터랙티브(TTWO) 등 상장 게임주의 주가는 올해 들어 두 자릿수 이상 상승했다.

인수합병(M&A) 영역에서도 활기가 감지된다. 지난 3월에는 스코플리(Scopely)가 포켓몬 고 개발사 나이앤틱의 게임 사업 부문을 $3.5 billion(약 5,040억 원)에 인수했다. 이어 전통 사모펀드인 CVC 캐피털 파트너스가 터키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드림게임즈에 $2.5 billion(약 3,600억 원)의 지분·부채 투자를 단행하며, 기존 벤처 투자자들의 엑시트가 이뤄졌다.

반면 조 단위 벤처 투자는 자취를 감췄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1억 달러 이상 자금을 유치한 게임 스타트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가장 큰 자금 유치 사례는 3월 언더독 판타지(Underdog Fantasy)가 스파크 캐피털 주도로 받은 $70 million(약 100억 원)의 시리즈C 투자다. 이외에도 터키의 그랜드 게임즈가 $30 million, 비거 게임즈가 $25 million을 각각 시리즈A로 유치했다. 이처럼 터키가 글로벌 게임 스타트업의 신흥 거점으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이러한 자금 위축은 게임업계 전반의 고용 환경 악화와도 무관치 않다. 최근 게임 개발자 회의(G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게임 개발자 11명 중 1명이 실직을 경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 소니, 일렉트로닉 아츠(EA)를 포함한 대형 게임사는 최근 몇 년 사이 반복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다수의 스튜디오가 신작 게임 개발을 중단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자 공백의 배경에 제너레이티브 AI 스타트업으로의 자금 쏠림을 지목한다. 오픈AI(OpenAI)와 같은 기업은 직접 게임업체라 보긴 어렵지만, 게임 제작 과정에서 그들의 기술은 캐릭터 디자인이나 대화 생성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 자본이 게임 전용 스타트업을 지나쳐 고성장 AI 기업으로 집중되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여전히 폭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생 게임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확대하고 인적 자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자금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업계 전반의 건강한 순환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현재 위축된 게임업계에 더 많은 벤처 자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